펄서와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별의 잔해로, 우주의 극한 물리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천체다. 이들은 태양보다 무거운 별이 붕괴하면서 형성되며, 상상을 초월하는 밀도와 자기장을 가진다. 특히 펄서는 초고속 회전을 하며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방출하는 중성자별의 한 형태로, 천문학자들에게 정밀한 우주 시계를 제공한다. 본 글에서는 중성자별과 펄서의 형성과정, 물리적 특성, 그리고 이들이 현대 천체물리학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서론: 죽음 이후에도 빛나는 별의 잔해
우주에는 태어나고 사라지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별이 동일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과 같은 질량의 별은 생애 말기에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으로 진화하지만, 태양보다 훨씬 더 무거운 별은 훨씬 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이들은 중심부의 핵융합 연료를 모두 소모한 뒤, 중력 붕괴를 견디지 못하고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한다. 그 폭발의 잔해 중 중심부에 남는 것이 바로 ‘중성자별(Neutron Star)’이다. 중성자별은 지름이 고작 20km 안팎이지만, 태양 질량에 필적하는 무게를 가진다. 즉, 한 숟가락 분량의 중성자별 물질만으로도 수십억 톤에 달하는 질량을 지닌다. 이는 원자핵 내부의 중성자가 별 전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력에 의해 전자와 양자가 결합하면서 중성자가 형성되고, 별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핵으로 변한다. 이러한 극단적 밀도는 물리학의 기존 한계를 시험하는 자연 실험실로 평가된다. 이 중 일부 중성자별은 빠른 자전과 강력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으며, 일정한 주기로 전파를 방출한다. 이들이 바로 ‘펄서(Pulsar)’로 불리는 천체다. 1967년, 영국의 천문학자 조셀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은 전파 관측 중 일정한 주기로 깜빡이는 신호를 포착했다. 처음에는 인공 신호나 외계 지성체의 가능성까지 거론되었지만, 곧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그 원인임이 밝혀졌다. 펄서의 발견은 천문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일정한 간격으로 전파를 내보내는 펄서는 마치 ‘우주의 시계’처럼 정밀하며,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중력, 자기장, 그리고 시공간의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펄서와 중성자별은 오늘날 블랙홀과 더불어 우주의 가장 극한 환경을 연구하는 핵심 대상이 되고 있다.
본론: 중성자별과 펄서의 구조, 물리적 특성, 그리고 차이점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별의 중심핵이 중력 붕괴에 의해 압축되어 형성된다. 그 내부는 거의 전적으로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밀도는 원자핵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높다. 평균 밀도는 약 10¹⁷ kg/m³로, 지구 물질의 밀도보다 10¹⁴배 이상 높다. 중성자별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약 2×10¹¹배에 달해, 만약 사람이 중성자별 표면에 설 수 있다면 단 1cm 움직이는 데도 상상을 초월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중성자별의 내부는 일반 물질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중심부에는 초유체 상태의 중성자와 초전도 상태의 양성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성자별은 극도로 안정적이며, 자전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일부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직후 초당 수백 번 회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느려진다. 이처럼 빠른 회전 속도와 강력한 자기장이 결합하면, 전자기 복사가 규칙적으로 방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펄서의 신호로 감지된다. 펄서(Pulsar)는 일종의 ‘회전하는 등대’와 같다. 강력한 자기장이 회전축과 약간 기울어진 상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파가 일정한 방향으로 방출된다. 별이 회전함에 따라 그 빔이 지구 방향을 통과하면, 우리는 일정한 주기로 깜빡이는 전파 신호를 관측하게 된다. 이 주기는 매우 정밀하며, 초당 수백 번의 펄스를 보이는 펄서도 존재한다. 이러한 정확성 덕분에 펄서는 원자시계에 필적하는 ‘자연의 시계’로 활용된다. 펄서의 종류는 다양하다. 자전 속도에 따라 ‘일반 펄서(일반 회전수 초당 수 회)’와 ‘밀리초 펄서(초당 수백 회)’로 구분된다. 밀리초 펄서는 보통 동반성(binary companion)과 물질을 주고받으며, 그 과정에서 각운동량을 얻어 회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자기장 펄서(Magnetar)’도 존재한다. 이는 초강력 자기장(10¹¹~10¹⁵ 가우스)을 지니고 있으며, 때때로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성자별과 펄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천체이지만, 펄서는 그중에서도 관측 가능한 전파 방출 활동을 보이는 특수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중성자별이 펄서가 되는 것은 아니며, 회전축과 자기축의 정렬, 회전 속도, 그리고 자기장의 세기 등이 관측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펄서는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 경우에만 지구에서 주기적인 신호로 감지된다.
결론: 우주의 시계, 펄서가 남긴 과학적 유산
펄서와 중성자별의 발견은 우주가 얼마나 극단적인 물리 조건을 허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성자별은 인간이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없는 밀도와 중력 조건을 갖춘 천체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펄서는 그 내부 구조를 직접 볼 수 없는 대신, 그 회전 신호를 통해 간접적으로 내부 물리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펄서는 중력파 연구와 시공간 곡률 측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쌍성 펄서(Binary Pulsar)는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를 공전하며 방출하는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험장이다. 1974년 발견된 헐스-테일러 쌍성 펄서는 그 공전 궤도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 방출로 인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되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펄서를 이용해 우주 내의 시공간 왜곡, 자기장 분포, 그리고 은하 내 전자 밀도까지 측정하고 있다. 일부 펄서는 은하 외부에서도 관측될 만큼 강력하여, 우주 거리 측정의 지표로도 활용된다. 또한 밀리초 펄서 집단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초저주파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펄서 타이밍 배열(Pulsar Timing Array)’이라는 혁신적 연구 방법이 가능하다. 결국 펄서와 중성자별은 단순히 초신성의 잔해가 아니라,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물리 법칙을 검증할 수 있는 자연의 실험장이다. 그 회전 신호 하나하나가 시간, 중력, 물질, 그리고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인간의 기술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이 천체들은, 우주가 얼마나 정교하고도 극단적인 법칙 아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자, 우리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물리학의 한계를 향한 도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